"부끄러운 비극" 안성기가 그린 5.18의 아픔 '아들의 이름으로'(종합) - 뉴스1

아들의 이름으로/엣나인필름 © 뉴스1

"약 40년 전에 부끄러운 비극이 있었습니다."(안성기)

1980년 5월의 광주, 그곳에 있었던 한 남자가 반성 없는 세상을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5.18 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1980년으로부터 41년이 지난 오늘, 진정한 반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이정국 감독과 안성기 윤유선 이세은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안성기 분)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과거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과 과거를 책임지지 않는 자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반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들의 이름으로/엣나인필름 © 뉴스1

이날 이정국 감독은 '부활의 노래'(1990) 이후 약 30년 만에 광주 이야기를 선보이게 된 이유에 대해 "데뷔작이 오랫동안 부끄러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부끄러웠는데 10년 전부터 다시 광주에 대해 관심을 갖고 5.18 이걸 다시 한 번 연출해야겠다 생각을 가졌다"며 "수많은 분들의 증언록을 읽고 다시 한 번 언급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원래 다른 작품을 준비했다가 트라우마(사고후유 정신장애)를 다룬 광주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풀어봐야겠다 했다"며 "광주분들과 아쉬워 하고 분노했던 게 그 당시 책임자들은 왜 반성을 하지 않을까 거기에서 출발했다"면서 "이전에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토대가 돼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 이번 영화의 핵심은 소크라테스 명언을 인용했다. '반성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명언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아들의 이름으로 안성기/엣나인필름 © 뉴스1

무엇보다 안성기의 복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앞서 안성기는 지난해 10월 주연을 맡은 영화 '종이꽃' 개봉을 앞둔 가운데, 홍보 일정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걱정을 샀다. 병원을 퇴원한 후, 그해 11월 열린 제10회 아름다운예술인상에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전하는 근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안성기는 건강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나누며 건강을 회복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영화를 찍은 지 벌써 2년이 지났다"며 "원래 작년에 개봉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개봉하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캐릭터에 대해서는 "극 중 '오채근'이라는 인물은 복수를 하는 인물"이라며 "감정이 쌓이지 않으면 설득력과 감동이 없을 것 같아 한 신 한 신을 찍어나가면서 감정들을 쌓아가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또 안성기는 5.18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찍은 이유도 밝혔다. 그는 "작품이 갖는 진정성, 완성도가 있으면 당연히 한다"며 "'아들의 이름으로'도 역시 그런 느낌이 제게 왔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안성기는 광주 시민들과 연기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영화하면서 이렇게 많은 일반인과 연기한 건 처음이었다"며 "장소도 흔쾌히 제공해 주셔서 촬영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성기는 극 중 벨트 액션 등 다양한 액션신으로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대해 안성기는 "액션신은 힘든 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에 체력 관리를 잘 해서 괜찮았다"며 "액션신은 짧지만 상당히 중요한 신이라 생각했고 임팩트가 있어야겠다 생각해서 나름 했는데 괜찮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아들의 이름으로/엣나인필름 © 뉴스1

안성기는 기성세대로서 이번 영화를 통해 젊은 세대에 하고 싶은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약 40년 전에 부끄러운 비극이 있었는데 관심있는 사람은 찾아보겠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며 "그 아픔과 고통은 아직도 이어져오고 있고, 어떻게든 짚고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이 꼭 기성세대의 몫인 것만은 아닌 것 같고 젊은 층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더욱 관심을 가지고 남아있는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윤유선도 "어릴 때 저는 잘 몰랐는데 어릴 때 있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라며 "최근에 미얀마 뉴스 보면서 사실 저런 상황이었는데 몰랐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게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며 "연기자로서 이렇게라도 표현할 수 있다면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또 연기하면서 신경 쓴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밝게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으시고 정도 많으시고 서로 배려하며 사시더라"면서 "최대한 밝고 씩씩하게 삶을 살아내는 인물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세은도 "제가 80년생"이라며 "(5.18이 있던) 그해에 태어났다"면서 "그 당시 일을 잘 알지 못하는 세대인데 영화는 그분들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나, 어떻게 생활하고 있고 어떻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지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영화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어 "또 학교 폭력을 당하는 장면에서 안성기 선배님께서 한국형 '테이큰' 액션을 보여주시는데 부모세대에서 자녀세대에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이걸 깨끗하게 정리하고 밝은 미래를 보고 싶어하는 것이 영화 곳곳에 보이는 것 같다"고도 전했다. 

이정국 감독도 가해자가 반성하는 영화의 내용을 한 번 더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가해자가 반성을 스스로 한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다"며 "가해자가 스스로 반성하는 행위를 영화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면서 "이 영화를 보시면서 광주 분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그동안 피해자 입장만 생각했는데 명령에 의해 가해자가 된 입장도 이해하게 됐다'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가 고맙다고도 말씀해주셨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오채근 같은 분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한편 '아들의 이름으로'는 오는 5월12일 개봉한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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