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승현이 15년간 연락이 끊긴 채로 산 아들과의 재회를 거부했다.
3월 2일 방송된 MBN 밀착 다큐멘터리 '특종세상' 572회에서는 이승현 부자의 사연이 공개됐다.
1977년 개봉한 영화 '고교 얄개'로 하이틴 스타 반열에 오른 이승현은 이날 조치원의 작은 전집에서 일하며 등장했다. 전집은 바로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 이승현은 "제가 4년 전에 여기 연기 학원에 강의하러 왔다가 이 사람을 만났는데 호감이 가서 합쳐서 살게 됐다"고 밝혔다. 9개월의 연애 끝에 2019년 재혼을 한 부부였다.
'얄개'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나 하이틴 영화 붐이 끝난 후 설자리가 줄며 연예계를 떠난 이승현은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보냈다. 과거 어머니의 권유로 마지못해 캐나다 유학길에 올랐는데, 유학 도중 어머니의 사업이 실패하며 7년 동안 노숙은 물론 막노동을 했다고. 이승현은 "햄버거도 굽고 건물 청소도 했고 지렁이도 잡아봤다. 뭐든 닥치는 대로 돈 되는 건 다 했다"고 회상했다.
이승현은 사기 피해도 전했다. "(사기 당한) 돈이 몇천이 아니다. 10억대가 넘는다"는 이승현은 "사람 만나는 걸 이제는 좀 거리를 두고 조심스러워졌다. 가까이 가고 매일 봐도 무섭지 않은 사람이 딱 하나, 우리 집사람이다. 집사람은 1000%까지 내가 신임을 하고 믿고 따른다"고 밝혔다.
이승현은 아내의 가족도 꼼꼼하게 챙겼다. 최근 지병이 악화된 처남의 문제로 아내의 가족들과 단톡방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았으며, 가게 문을 일찍 닫곤 처형을 찾아 건강을 챙겼다. 이때 처형은 이승현과 동생의 결혼을 반대했던 과거를 털어놓았다. '연예인은 바람둥이고 연예인과 결혼하면 고생한다'는 선입견 탓이었다.
이에 이승현은 "사실 부모 형제도 없고, 그나마 어머니 홀로 계시다가 돌아가셨고 어떻게 소중한 인연이 돼 이 사람을 만났다. 이 사람이 저를 구원해준 것과 똑같다. 내게 식구가 많이 생겼다는 것을 아니 감사하다"고 고마운 속내를 고백했다.
하지만 며칠 후 처남의 부고가 전해졌고, 부부는 가게 문을 닫고 광주 장례식장을 찾아 예를 표했다. 장례식장에서 이승현은 아내의 친딸인 의붓딸을 만나지만 다가가기는커녕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다가 자리를 피했다.
이승현은 "딸은 친아빠하고 산다.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다. 가족 모임 있을 때다 1년에 1번. 명절 때도 서로 못 볼 때도 있고. 나도 서먹하고 딸도 나 보기가 서먹하고 아무래도 솔직히 굉장히 (재혼) 반대를 했다"면서 "딸도 나한테 나쁜 감정이야 있겠냐. 언젠가 서로 보면 밝은 낯으로 같이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새아빠와 딸이 되길 바란다"고 희망을 전했다.
이후 일상으로 돌아간 이승현 앞에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이승현의 연예계 절친 트로트 가수 이출이 가게로 찾아와 "(이승현의) 동영상에 아들이 댓글을 달아놨더라"고 전한 것. '블효자로 죄송해요. 댓글 달면 안 될 것 같지만서도 마음이 복받쳐서 댓글 달아봐요'라는 내용의 댓글은, 2년 전 방송을 통해 이승현의 재혼 소식을 안 아들이 아버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남긴 것이었다.
인터넷에 서툰 탓에 댓글이 달린 것도 몰랐다며 "아들을 안 본 지 꽤 됐다. 십몇 년 됐다. 서로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고 이제 연락처도 모르고 뭘 하는지도 모른다"고 아들에 대해 말한 이승현은 반가움보단 당황한 반응이 컸다.
그는 "이때 당시에 여유만 많았으면 아들한테 아빠로서 좀 잘해 주고 해야 되지 않았나. 나도 그땐 워낙 상황이 어려웠고 얘가 바라는 만큼 100% 채워주지 못했다. 모든 게 다 내 실수였고 잘못이라 오히려 내가 얘한테 용서를 바라고 해야 한다"고 죄책감을 털어놓았다. 뒷바라지는커녕 떠돌이처럼 사느라 연락마저 끊겼다고. 서른 중반이 된 아들은 자신의 꿈인 음악을 하고 있었고, 이승현은 15년 만에 몰라보게 성장한 아들의 모습을 영상으로나마 확인했다.
이승현은 "애착도 가고 관심도 가지만 내가 걔한테 더 마음의 짐을 어깨에 얹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너도 몸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 저는 (아들이) 결혼한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다. 설사 간다고 해도 간다는 말 안 하고 식장 뒷전에서 보고 축의금이나 조금 주고 마음으로만 '우리 아들 많이 컸구나'(라고 하고 싶다)"고 속내를 전하더니 눈물을 보였다. 이승현은 "그저 행복하게 잘 살았음 좋겠다"며 아들의 행복을 빌었다.
제작진은 미안해서 나설 수 없다는 이승현을 위해 대신 움직였고 결국 아들과 연락이 닿았다. 다만 아들은 자신이 번호를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는데 연락 한 번 하지 않은 이승현에 대한 오해가 깊어 만남을 거부했고, 이를 전해들은 이승현은 "제가 휴대폰을 한 번 잃어버린 적이 있어 번호가 다 날아갔다"고 해명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아내는 빠른 시일 내에 연락을 해볼 것을 이승현에게 권했으나 이승현은 "당신이 아들하고 나하고 관계를 얼마나 안다고 그렇게 얘기하냐. 우리 아들 얼굴이나 봤냐"며 예민하게 굴었다. 이어 "'이제 아빠하고 통화 안 할래요. 전화번호 알았지만 앞으로 전화하지 마세요'하면 나는 뭐가 되냐. 그렇게 나오면 영영 못 보는 것"이라며 아들에게 연락 못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날 방송은 결국 이승현과 아들에 대한 후일담 없이 종료돼 안타까움을 줬다. (사진=MBN '특종세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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