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anuary 19, 2021

인기 여배우의 '대리모 반품'···"생명은 상품 아냐" 중국 발칵 - 중앙일보 - 중앙일보

대리모 파양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 여배우 정솽(오른쪽)과 전 파트너 장헝(왼쪽) [웨이보 캡처]

대리모 파양 사건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 여배우 정솽(오른쪽)과 전 파트너 장헝(왼쪽) [웨이보 캡처]

중국의 유명 연예인이 미국으로 건너가 대리 출산을 시도하다 중도에 '파양'하고 귀국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드라마 ‘미미일소흔경성(微微一笑很傾城·작은 미소의 미인)’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여배우 정솽(鄭爽·30)이다. 그녀는 방송 프로듀서 장헝(張恒)과 지난 2019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정솽, 대리 출산 시도 중 남편과 결별 후 귀국"
“7개월에 버릴수 없어 죽겠네” 녹취에 네티즌 분노
두 아이 아버지 “1년 넘게 미국서 돌봐” 사진 올려
중국 CC-TV “대리모 ‘반품’ 법적으로 용납 어려워”
중국서 암암리 퍼진 대리모 산업 철폐 운동 불붙어

사건은 장헝이 지난 18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어리고 무고한 두 어린 생명을 돌보기 위해 1년 넘게 미국에 머물고 있다”며 아이와의 사진과 함께 정솽의 대리모 ‘파양’을 폭로하면서 공개됐다. 이들이 두 명의 대리모를 고용한 뒤 아이가 태어나기 전 결별했고, 장솽은 귀국했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불법 대리모 출산과 ‘파양’을 비난하며 정솽의 연예계 퇴출을 요구했다. 정솽을 전속 모델로 계약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거세지는 비난에 주가까지 급락하자 19일 그녀와의 계약을 파기했다고 홍콩 명보가 20일 보도했다.  
 
정솽은 반박에 나섰다. 그녀는 19일 웨이보에 “이번 일은 무척 슬프고 개인적인 사정”이라며 “중국 영토에서는 국가의 지시를 위배하지 않았으며 해외에서도 모든 법률과 법규를 존중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리모 출산과 파양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인기 여배우 정솽. [웨이보 캡처]

중국 인기 여배우 정솽. [웨이보 캡처]

장헝의 폭로와 함께 정솽과의 자녀로 알려진 2019년 12월 19일생 남자아이와 2020년 1월 4일에 태어난 여자아이의 미국 출생증명서도 공개됐다. 또 헤어질 당시 두 커플과 양측 부모가 태아를 두고 다투며 “두 아이가 7개월이라 떼어 버릴 수도 없어 정말 죽겠네”라고 말하는 녹음 파일까지 유출됐다.
대리모 파양 사건을 폭로한 장헝과 두 아이의 모습 [장헝 웨이보]

대리모 파양 사건을 폭로한 장헝과 두 아이의 모습 [장헝 웨이보]

파문이 커지자 중국 당국도 나섰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19일 웨이보에 “대리모 파양은 법률과 도덕 모두 용납하기 어렵다”는 평론을 내고 “최근 어떤 대리모가 ‘반품’을 당했다”고 익명으로 보도했다. CC-TV는 “모 인기 스타가 대리모 파양 의혹을 받고 있으며, ‘낳을 수도 떼어 버릴 수도 없어 죽겠네’라는 녹음까지 공개돼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이는 마지노선을 넘어 법률과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사법 당국도 나섰다. 중국에서 경찰·검찰·법원을 지휘하는 중앙정법위의 공식 웨이보 ‘장안검(長安劍)’은 19일 “여성의 자궁을 출산의 도구로 삼고, 생명의 출산을 상품처럼 거래하고, 심지어 멋대로 버린 것은 국민의 권익을 유린하고 인륜과 도덕을 파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명은 차가운 금전 거래도 아니며, 멋대로 생사를 결정하는 물건도 아니다. 부모는 책임과 의무를 거부할 수 없다”며 처벌을 암시했다.
 
대리모 파양 사건은 중국에서 암암리에 퍼져있는 대리모 사업의 철폐 요구로 번지고 있다. 상하이의 변호사 가오밍웨는 “법적인 허점과 시장의 요구로 회색 지대에서 대리모 사업이 성장하고 있다”며 “중계인들은 외국에서 대리모를 찾고 고객의 비자를 알선하며, 국내에서는 난자 기증자를 모집하고 대리모 출산을 위한 의료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폭로했다. 중국의 페미니스트 블로거 사오시는 “중국에서는 대리모 출산이 불법이어서 합법인 해외로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며 “중국은 여성과 아동 인신매매가 여전한 나라로, 수익과 잠재적 시장 때문에 대리모 산업을 인정한다면 결과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중 합작 드라마 ‘비취남녀(20200’의 이종석(왼쪽)과 정솽. [웨이보 캡처]

한중 합작 드라마 ‘비취남녀(20200’의 이종석(왼쪽)과 정솽. [웨이보 캡처]

정솽은 중국 톱스타 사관학교 격인 베이징영화학원 출신으로 중국판 꽃보다 남자인 ‘일기래간유성우(一起來看流星雨·그대와 함께 쏟아지는 유성을 바라봐)’ 시즌 1과 2에 출연했다. 한국 남자 배우 이종석과 한중합작 드라마 ‘비취 연인(2020)’에 출연해 한국에도 잘 알려졌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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