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 후회할까? 이젠 아닐 거라 생각"
"남 모르게 생겼던 벽 허물어진 것 같아"
장재인 /사진=한경DB
장재인은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 "막상 말하고 나니 너무 힘들다. 가슴이 안절부절 합니다만 주시는 댓글 보며 안정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저 고맙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혹여나 복잡해 보일까 글을 많이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오늘만은 참 많이 쓴다. 그 당시에는 이런 일을 밝히는 게 흠이 되던 때였는데 지금은 어떠냐. 세상이 조금 나아졌나. 아니면 그대로인가"라며 "어릴 적 어른들이 쉬쉬했던 것처럼, 부끄러운 일이니 조용히 넘어가라 했던 것처럼 나는 오늘 일을 후회할까. 이제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또 장재인은 "너무나 노곤한 하루지만 뿌리가 생긴 기분"이라면서 "한 순간도 주변에 솔직할 수 없었기에 그게 참 뿌리 없이 둥둥 떠있는 느낌을 줘서 참 아팠는데 이 이야길 꺼내며 친구들과 남 모르게 생겼던 벽이 허물어 진 것 같다. 평생 감히 기대치도 않던 뿌리가 생긴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앞서 장재인은 이날 "밤잠처럼 꾸준히 다닌 심리치료의 호전 기념 글을 남긴다"며 "나의 첫 발작은 17살 때였고, 18살에 입에 담고 싶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극심한 불안증, 발작, 호흡곤란, 불면증, 거식폭식 등이 따라 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대가 된 나는 24~29살까지 소원이 제발 조금만 행복해지고 싶다 였는데 그게 마음 먹고 행동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더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장재인은 "18살에 앨범을 계획하며 내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하기로 다짐했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그렇게 행한 이들을 보고 힘을 얻어서다. 잘하는 게 이야기 뿐이라 조금씩 앨범과 함께 이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보려 한다"고 다짐했다.
이후 장재인은 자신을 힘들게 했던 과거의 일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앨범은 그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나는 1년이 지나 19살에 범인을 제대로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나에게 그렇게 하고 간 사람은 제 또래의 남자 분이었다. 그런데 당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그 아이 역시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인하여 그렇게 됐단 이야기였다. 한 겨울 길을 지나가는 나를 보고 저 사람에게 그리 해오면 너를 괴롭히지 않겠다 약속했던가보더라"고 전했다.
장재인은 "돌아보고 넓게 보면 그때 이 일이 생긴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면 참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많은 성피해자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수치심과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 거다. 나는 나와 같은 일을 겪은 가수를 보며 힘을 얻고 견뎠다"고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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